Books2010/01/26 22:32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며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함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뒤늦게'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주말에 차를 가지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주차비가 내기 싫어서 고민끝에 매장을 둘러보다가 산 책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월, 화,수 3일만에 후루룩 국수를 먹듯이 뚝딱 읽기를 끝냈다. 참 맛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여행에 역사적인 인물의 문학과 미술 등을 겻들여서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책 군데군데 많은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이 소개되며, 알랭 드 보통 자신의 경험과 감상을 접목시켜 놓았다. 알랭 드 보통의 약간은 염세적이며, 약간은 냉소적인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나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재미있는 내용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 (Xavier de Maister) 의 '나의 침실 여행' 이라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내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항상 여행을 떠나면 무언가 새롭고 신비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우리 주변이 얼마나 새롭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넘쳐나는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쉽게 지나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해서는 항상 거기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바뀌는 것에 잘 민감하지 못하다. 나도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우리집 소파도 여행해 보고, 창가도 여행해 보고, 신발장도 여행해 보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그런 가운데 인생에 대해서 익살스럽고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면 면세점과 쇼핑센터로 점철된 나의 과거 몇몇 여행보다 훨씬 더 보람될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와세다에서 나카하라 라는 노교수님께 들었던 '식민주의와 여행 (殖民主義と旅)' 라는 수업이 떠올랐다. 나카하라 선생님은 당시에 일흔 가까이 된 노교수님으로서 특히 식민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셔서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배상에 대한 사회운동 등을 활발하게 하셨던 훌륭한 분이셨다. 식민주의와 여행 이라는 수업에서는 여행을 갔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일탈'에 대한 감정과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동남아시아에 살던 서유럽 출신의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 유사성이 있음에 대해서 배웠다. 즉, 여행을 가면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것이 바로 겉으로는 영국 신사, 프랑스 지식인으로 행세하던 자들이 식민지에서 못된 짓을 일삼던 것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업에서는 인도차이나에서 일어난 어떤 프랑스 남자에 대한 소설을 읽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음), 그 프랑스인은 본국에서는 지식인으로 추앙받지만 막상 식민지에서는 원주민 여자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지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마지막에 본국에서의 부인이 식민지에와서 그 남자와 꼭 닮은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보고 경악하는 모습이 그려졌던것 같다. 아무튼, 그만큼 내가 자라고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은 일탈을 꿈꾸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을 그리는 큰 이유이기도 한것 같다.


사람마다 여행의 모티베이션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탈보다는 새로운 것을 보고 즐기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나의 특성이 약간 learner (계속해서 뭔가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 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외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즐겁고, 뭔가 계속 저절로 발전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한국에 있으면 계속 똑같은 일상에 뭔가 발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외부의 자극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여행을 가고 싶다. 


예전에 두달 정도를 터키와 그리스에서 보낼 때, 이집트와 시리아를 거쳐서 유럽 쪽으로 올라가던 한국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은 이집트 사막에서 잠을 잤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사막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대해서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사람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불빛이 없는 칠흙같은 사막에서는 정말 하늘에 쏟아질듯 많은 별이 보인다고 한다. 그 후로 나의 여행에 대한 로망은 항상 '사막에서 별보기'로 맞춰져 있다. 언제 이 꿈을 이루려나...



Posted by luck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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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언

    6주 정도 사막에서, 별보면서 자보면요.
    그건 로망이 아니라 악몽.

    2010/01/27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 오오~~해 봤나 보죠?
      6주 씩이나 사막에서 모했어요?

      2010/01/27 11:27 [ ADDR : EDIT/ DEL ]
  2. 라이언

    별봤어요. 아프리카에서.
    차라리 군대 훈련소를 한번 더 가겠어요-

    2010/01/27 11:42 [ ADDR : EDIT/ DEL : REPLY ]